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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0 JUL - 제주올레길

2010.7.30 제주올레길 9코스(화순~대평), 8코스 중간(대평포구~주상절리)까지 역으로 걷기


오늘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같이 다니던 일행이 오늘 오후에 돌아가는 관계로 혼자 걷기 모드 시작.
순수하게 혼자 다니는 건 처음인 듯하다.
아자~! 한판 하고 땡볕 속으로.. ㅜㅠ;
아.. 안그래도 길치인데 걱정은 좀 되지만.
9코스를 역으로 걷고 8코스는 되는데까지 걸어볼 생각이다.
9코스는 8.8km 로 길이는 짧지만 산길이라 생각보다 만만치는 않다.
그리고 A코스와 B코스로 나뉘는데 사실 B코스는 산에 안올라가고 바로 옆으로 빠지는 지름길.





지난번 왔을때 안덕계곡 구경했으니까 이번엔 그냥 B코스로 가야겠다. 고 생각했는데 갈림길에 와보니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두둥~!
사실 난 산길에 쥐약.. 오르막길 너무 힘든걸 ㅜㅠ

<- 고민할 필요 없는 이유. 에헷~
    (안 걸어도 되어서 기뻐하는 것 절대 아님!;;;)






역으로 걷다보니, 특히나 산길에서는 더더욱.
갈림길에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나같은 길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론적으로는 정방향 반대로만 가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갈림길에서 역으로 갈때는 어디에서 왔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정방향에서는 그냥 화살표 따라 가면 되지만 역으로는 두가지 길이 있는걸; 화살표가 애매한 경우
고민이 될수 밖에.. 그래서 여러번 다시 돌아갔다는 그런.;

그래도 요새 세상이 좋아져서 핸드폰에 GPS 켜고 지도를 보며 목적지를 보며 갈 수 있어서
불안하지는 않다. 이 길은 아니지만 방향만 제대로 가고 있으면 원래 가야하는 길과 만날테니까..
지도 기능, GPS 모두모두 고마워 ㅜㅠ;

선사유적지를 지나 숲길로 들어가 산길로 올라가는데
코스가 바뀌었다는 안내판이 많다.. 이쪽으로 가는게 맞는건지?
리본 찾느라 정신 없음..  분명히 리본 보고 왔는데 그다음 표지는 어딘지..;
삽질하메 돌아가메 말이 다니던 길이라는 몰질로 내려온다.
돌부리에 걸려 휘청휘청; 부실한 다리;
그래도 한적하니 좋다.
정방향으로 걸어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9코스 시작점인 대평포구에 도착.
음하하하~~ 왠지 9코스를 사기로 걸은 듯한 느낌;


대평포구에서 9코스 시작과 8코스 종점의 스탬프를 기분좋게 찍고
점심먹으러 출동~~!!
지난번에 왔을때 꼭 가리라! 다짐했던 예쁜 까페가 있다.
사실 여기 가고 싶어서 일부러 코스를 역으로 걸은 것도 있다.
그곳은 바로 8코스 종점 즈음에 위치한 까페 '레드브라운' 두둥~~
맛있는 커피와 스파게티를 행복하게 흡입~
분위기도 좋고, 음악도 좋고.. 그런데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니 조금 허전하네.
아이폰질 또닥또닥하다 앉아서 1시간 넘게 노닥노닥..
역시 운동하고는 맛있는걸 먹어줘야돼~(그러니 그렇게 고생을 해도 체중이 불지;)

업~! 그런데 인터넷으로 제주올레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8코스에 해병대길이 장마철 낙석위험으로 폐쇄되엇다고 한다. 그럼 중간 부분은 버스? 택시?
길이 끊어지는데 어떡할까..? 생각하다 그냥 가서 물어보지 뭐-_ -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출발.




마을을 지나 논짓물까지 갔는데 어~ 사람들이 반대쪽에서 오길래
해병대길 쪽 길이 끊겼다던데 어떠냐고 물어보니 그리로 다 왔다고 한다.
음..그래도 될까? 싶지만 꽤 여러사람이 반대쪽에서 오길래
그럼 나도 그냥 가보련다~ 싶어서 계속 진행.. 조심 또 조심;
그런데 편평하게 돌을 골라놨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꽤나 험한 길이다.
돌땡이들 사이에서 이리뒤뚱 저리뒤뚱;
길은 정말 멋있는데 절벽 위에서 돌떨어질까봐 쪼린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길을 지나는데 쓰레기가 투척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나부터 클린올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기가 존모살 해안이고 좀더 가서 있는 중문해수욕장쪽을 진모살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존모살에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는데
중문해수욕장은 완전 드글드글.. 외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다. 여기 우리나라 맞어? 싶다;
해안을 지나 숲길로 연결되는 공원에 무슨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단체 관광객이 여기로 마실을 나왔나보다.
나의 뒷통수를 보고 가이드분이 옆의 분에게 설명을 하는데 재미있다.
'저 언니는 지금 올레길 걷기를 하고 있는거에요.' 
뭐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데 묘한 기분;; 나 방금 관광지의 명물이 된것?;
여기가면 올레꾼을 볼수 있어요. 뭐 이런 느낌;

이렇게 걸으면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관광객들은 관광명소에만 바글바글 하다는것. 조금만 벗어나도 바로 한적해진다.
특히 제주도는 명소와 명소를 잇는 길에 더 아름답고 인상적인게 많은데 그걸 못보고 갈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에 올레길을 만든 사람들이 새삼 고마워진다.
이런 길이 없었더라면 나도 그냥 유명 관광지만 찍고 뭐~ 이제 볼거 다봤네~ 하고 이렇게 자주 찾지 않았을 것 같다.

걸어서 하는 여행은 동선은 짧지만 한 곳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점이 좋다.
배추흰나비가 밭을 가득 채우며 날아다니던 모습, 어미고양이가 생선 한마리를 물고 새끼들에게 가져다주는 모습, 꿩이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는 모습, 달팽이가 느릿느릿 기어다니는 모습..
모두 내가 천천히 걷지 않았더라면 그냥 무심히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장면이지만
돌아와서 떠오르는 모습은 그런 소소한 장면 하나하나이고 그런 것들이 참 소중하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가 가진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그 맛에
이 곳을 다시 찾고 싶게 한다.(그래서 벌써 지금 세번째 와서 이러고 있다;)




배릿내 오름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 보이는데 도저히 올라갔다 내려올 자신이 없어 그냥 패스.
주상절리대에서 중간스탬프를 찍고 물 한잔 마시고 보니 시간이 벌써 6시 정도..
오늘 숙소를 안잡아서 슬슬 숙소를 잡아야할 것 같은데
분위기를 보니 이 근처에서는 어렵겠고 역시 저렴한 숙소가 많은 서귀포시내로 들어가야겠다.
전화를 몇통 해봤는데 휴가철 피크라 그런지 인기숙소는 이미 만원이다.
전에 묵은 숙소 근처에 다른 곳도 많았으니 그쪽으로 가봐야겠다 싶어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시내에 도착해서 대충 너무 안낡아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물어보니 다행히 방이 있단다. 1박에 2만원.
혼자면 숙소비는 아무래도 더 많이 드는구나.
남국호텔.이라는 곳인데 지난번에 묵었던 강남장여관 근처에 있는 곳이다.
표지판에는 게스트하우스라고 되어 있는데 방이 독립되어 있으니 적어도 마음은 편하다.
에어컨이 달려는 있는데 작동이 안된다.. 선풍기를 틀었으나 습도가 너무 높다.

혼자서 먹으니 역시 밥을 대충 먹게 된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와 맥주 1캔을 사와서 티비보면서 먹고 잠을 청하다.
그런데 간밤에 비가 좀 오는지 투둑투둑 소리가 들려서 화들짝 잠을 깼다.
아.. 일행이 없으니 이런 조그만 것에도 놀라게 되는구나.
빗소리임을 알고 왠지 싱거워졌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솔직히 좀 무서웠;

내일은 이제 마지막 날인데
무리하지 않고 6코스 지난번에 못걸은 부분만 걸어볼 생각.
마지막까지 아자아자~!!